인생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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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예시, 수필 쓰기] 수필 개인 연습작-첫사랑 / 좋은 수필 예시 / 짧은 수필 예시 / 학생 수필 예시

블로그하는봉봉 2022. 10. 2. 20:16

*함께 듣기 좋은 BGM을 하단에 두었으니 재생 눌러주세요.

첫사랑

따사로운 햇볕이 따뜻하기도 어쩌면 따갑기도 했던 5월의 봄날에 작대기 3개를 달고 상병 정기 휴가를 나왔다. 오래간만에 길게 나올 수 있던 휴가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도 인사를 하고 너를 만나러 갔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네가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있는데 근처 공원에서 기다리겠다는 너의 문자가 왔다. 조금 있으면 볼 참인데 이상하다 싶었다. 친구들을 뒤로하고 공원으로 향했다. 눈부신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있는 너를 봤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어 김밥 한 줄을 포장해 손에 들고 있던 너.

너무 힘들어, 헤어지자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글썽이는 너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속으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웃었던 것 같다. 속이 여린 친구가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힘들어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너의 입에서 나온 미안해라는 말을 듣고서야 내가 먼저 미안해라고 말할 걸 싶었다.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너의 말에 "그건 힘들 것 같아"라고 애써 모진 표정과 모진 말을 뱉어내면서도 정말 못난 내가 싫었다. 짧다면 짧았던 2년이라는 시간의 종착역을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다 먼저 가라는 말과 함께 뒤돌아서자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슬퍼서 운다는 감정이 아니라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차올랐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따사로운 햇살에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햇살을 뒤로 한 채 조금 더 잰 걸음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뚜벅뚜벅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등 뒤에 니가 서서 날 보고 있을까? 내가 돌아서면 안 될 것 같았다.

 

버스터미널 화장실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왔다 갔다 하는 바쁜 사람들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나와 고속버스를 예매했다. 대구로 가는 버스에 오르니 눈이 아팠다. 얼마나 눈을 감고 있었을까 버스에서 내리니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이 되었다. 다시 김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불이 꺼진 버스 안에서 김천으로 가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남은 휴가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부대에 복귀하고 난 관심사병이 되었다. 날 걱정하는 주위 동료들에게 난 더 밝게 더 많이 웃어주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전역을 했다. 시간은 우리의 아픔에 개의치 않고 정직하게 흘러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이직을 하고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과 함께 서로를 지키며 나이가 들어간다. 그때 그 시절의 너를, 그때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던 우리를 마음에 묻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다. 아련함, 그리움 그리고 그 끝엔 추억이 된다. 첫사랑은 첫 연애가 아니라 그 끝이 마음에 남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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