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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우리는 조현병입니다 감상문] 우리는 조현병입니다 소감문, 우리는 조현병입니다 리뷰!

블로그하는봉봉 2019. 7. 19. 18:41

누가 그들의 손을 놓았는가?

부제 : EBS 다큐멘터리 시선 ‘우리는 조현병 당사자입니다’ 시청 소감

‘의붓아버지에 둔기 휘두른 조현병 20대’, ‘조현병 살인범’ 등 정신질환자가 범죄 사건에 연루되면 큼지막한 헤드라인으로 기사들이 쏟아진다. 익명의 가면 속에 숨은 누군가, 나 혹은 우리는 사건의 내막은 모른 채 그들을 재판대에 세웠다. 모든 잘못은 그들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같은 질환을 가진 모두를 말이다. 마음이 아픈이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구석으로 몰릴 때, 누군가는 주도했고 또 누군가는 동조했으며 우리는 방관했다.

사실 4년 동안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조차도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죽어가는 이들에게는 동정심을 느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바로 내 주위에서 죽어가는 이들은 보지 못했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을 던져 보았다.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뒤섞였지만 가장 커다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정신질환자를 떠올렸을 때, ‘정신병원’, ‘폐쇄병동’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이는 내게 부정적으로 다가왔는데 이 감정들의 끝을 따라가며 첫 기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첫 기억은 십수 년 전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정신질환’에 대한 첫 기억, 커다란 브라운관 속에서 보았던 정신병원, 폐쇄병동은 공포 영화 혹은 담력 체험의 무대였다. 스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비치는 병원은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며칠간은 정신병원에서 쫓기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

드라마에 나온 정신병원

정신병원을 직적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간접경험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한다. 드라마, 영화, 예능, 신문기사 등 매스컴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매스컴을 통해 접한 정신병원,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미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공포의 대상까진 아니었어도 결코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매스컴이 만들어 낸 이미지는 곧 우리 내면의 기저에 깔려 우리가 생각한 이미지가 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경험했던 것 같은 이미지는 굳어져서 마음에 자리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의 편견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이러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정신질환’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지만 정신질환자의 사건·사고 기사를 볼 때면 ‘역시’라는 생각이 드는 것. 정신질환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면 ‘너무 미화한 거 아니야?’,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기저에 깔린 커다란 부정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편견은 아닐까?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미지 기저에 무엇이 깔려있는가? 그 생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바로 매스컴이 바뀌는 것이다. 더 이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하고 생산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의 출발선에 바로 이것이 있어야 한다. 매스컴이 먼저 바뀌어야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출발할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 예능, 신문 등은 이를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기적인 인식 개선 가두 캠페인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동·청소년·청년 우리 미래 세대의 인식은 천천히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미지가 굳어진 기성세대, 조부모님 세대의 인식 개선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우리는 조현병 당사자입니다’를 본 후 내가 참 무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이해관계에 얽혀있지 않으니 ‘내 일은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는 내 친구의 일이고 내 이웃의 일이고 우리 마을의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들이 구석으로 몰릴 때도 ‘난 이해당사자가 아니라서..’ 라며 멀찌감치 떨어졌다. 아마 우리 모두가 그러지 않았을까? ‘어차피 나랑은 관계도 없는데’ 라는 생각으로 그들이 간절히 내민 손을 무시하진 않았을까? 이 다큐멘터리는 과연 ‘누가 그들의 손을 놓았는가?’를 생각해보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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