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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예시] 에세이 개인 연습작 - 글쓰기

블로그하는봉봉 2022. 7. 1. 17:55

글쓰기

  2002년 6월 15일 남북 공동선언으로 1991년 남북 기본 합의서 내용을 재확인하며 대화의 물꼬가 트기 시작했을 때, 국내 분위기도 남북 관계 개선으로 성큼 다가갔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내게도 그 영향이 미쳤는데 '북한'을 주제로 한 교내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고지 양식에 맞춰 글을 제출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7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상경했다. 일평생 농사만 짓고 사시던 부모님은 더 이상 농사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2000년의 서울은 격변하고 있었고 시골에서 상경한 내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님은 내게 학원을 다니라고 하셨다.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태권도나 검도 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무슨 학원인지 정확히 답을 낼 수 없는 곳에 다녔다. 그곳에서 장구를 배웠고 예절 교육을 들었고 공부도 배웠다. 선생님은 한 분뿐이셨는데 만능 엔터테이너셨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받은 원고지를 들고 학원으로 향했다. 선생님은 나를 앉혀 놓고 보물 상자에서 몽당연필을 하나 꺼내 보여주셨다.

"이 연필은 북한에서 가지고 온 연필이야. 봐라 어떤 생각이 드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쓰는 연필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뭔가 북한에서 온 연필이라고 하니까 슬퍼요. 근데 제가 쓰는 연필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그래 똑같지 북한에 있는 친구도 지금 너와 같은 연필을 쓰면서 공부하고 있단다. 지금 이 연필을 보고 느낀 점을 글로 써보는 것이 어떻겠니?"

  선생님은 내 옆에 앉아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도와주셨다. 당시에는 원고지 양식에 맞춰 적어야 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몽당연필을 보고 느낀 점을 적었다. 북한에서 자라고 있을 내 친구들도 나와 같으리라. 나와 같은 연필을 쓰며 함께 공부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적었다. 사실 스토리도 하나 없는 뒤죽박죽한 글이었지만 그냥 내 감정들을 나열했던 것 같다. 북에 있는 형제들도 모두 나와 같은 피를 가진 동족이다. 우린 서로 다르지 않다.

  교내에서 진행했던 글쓰기 대회에서 나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번번이 선생님께 혼났고 친구들 앞에서 민망했었다.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 당당히 서서 선생님께 상장을 받았다. 그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혼자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로 온 국민이 떠들썩했던 해였다. 모두가 월드컵에 집중하고 있을 때, 서해에서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해 연평 해전이 발발했고 무고한 우리 군인들이 희생되었다.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대남 도발로 인해 평화 통일은 옛말이 되었다. 2030세대의 통일에 관한 서베이에서 대부분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로의 체제가 달라, 이해할 수 없어서 서로를 미워하고 죽이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북한에 대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2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우린 얼마나 변해왔을까 혹은 변하지 않은 걸까. 다시 초등학생 때처럼 통일에 관한 글을 쓰게 될 때가 올까? 언젠가 언젠가 통일이 온다면 기차를 타고 내일로 여행을 북으로 떠나리라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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