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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예시] 에세이 쓰는법, 에세이 개인 연습작 - 달리기

블로그하는봉봉 2022. 10. 6. 18:00

달리기

산책 중 찍은 동네 사진

외근이 많은 날은 하루 종일 밖을 걷거나, 차를 타고 다닌다. 내가 사는 동네를 지나기도 하고 새로운 동네를 다니기도 하지만 시간에 쫓겨, 앞만 보고 간다. 일주일에 4~5번은 꼭 밤에 산책을 나가는 편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그저 멍하니 걷기도 한다. 1시간, 2시간 걸으며 여러 가지 사색을 하기도 하고 또는 머리를 비우고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을 즐기기도 한다.

분명 차를 타거나 걸어서 지나갔던 길인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걷다 보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와 여기에 가게도 있었어?', '우리 마을에 이런 정자가 있었구나', '생각 보다 길바닥에 쓰레기가 정말 많구나' 역시나 느리게 걷다 보면 이런 점들이 참 좋다.

최근에 블로그 이웃님의 자살 예방 포스팅을 보았다. 20대, 30대 젊은 청년들의 자살률이 높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더욱 상승했다. 더 이상 자살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위의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분명 내 옆에 와 있었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옆을, 뒤를 보지 못했나 보다.

옆을 보고, 뒤를 보고 힘들어하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밝아질 것 같지만 모두 삶에 치여 살아간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과 맞서 싸워가기도 바쁜 사회를 살고 있다. '무한 경쟁', '남들 보다'라는 말처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이웃이 아닌 경쟁자가 되어 있었다.

지난주에 저녁을 먹고 난 후 누워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8년 전 군대 훈련소에서 5주간 같은 생활관에 있었던 동생이었다. 서로의 살아온 순간들을 나누고, 당시 우리의 추억을 나눴다. 군대에서 사용하던 수첩에서 내 휴대폰 번호를 봤고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단지 5주간 같이 있던,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인연을, 8년 후에 떠올려서 전화할 수 있을까? 그 친구는 주말마다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 벼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고 한다. 정말 멋있었다. 그 친구 덕분에 나 또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김에 감사했다.

나는 모두가 경쟁자가 되어 앞만 보고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같이의 가치'를 꿈꾸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 그러지 못했음에 반성했다.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앞만 보고 뛰는 것이 아니라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함께 걷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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