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

[영화 김복동] 김복동 할머니, 영화 김복동 줄거리, 영화 김복동 감상문,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본문

리뷰/영화 리뷰

[영화 김복동] 김복동 할머니, 영화 김복동 줄거리, 영화 김복동 감상문,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블로그하는봉봉 2019. 10. 6. 16:07

‘인간미가 있는 영화관’

독립 영화는 많이 봤어도 독립 영화관을 찾아본 적은 없다. 왜 그랬을까? 커다란 스크린, 편안한 좌석,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스피커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아니, 내가 보고자 했던 독립 영화들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과제를 계기로 영화 김복동을 보기 위해서 독립 영화관을 처음으로 찾았다.

‘전남 최초의 독립 영화관’이라는 칭호가 붙은 ‘시네마 라운지 MM’으로 향했다. 전남 최초의 독립 영화관이 이렇게 가까기 있었는데도 자칭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찾지 않은 것이 우스웠다.

근처 김밥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시계를 보니 13:03, 벌써 3분 지각이었다. 부리나케 계산을 하고 나와 영화관을 들어가니 5분 지각이었다. 계산대에 계시던 분이 영화가 시작했으니 먼저 관람한 후에 나오면서 계산을 도와준다고 했다. 대형 영화관과는 다른 독립 영화관만의 매력이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 사라져 가는 인간미가 있었다.

영화관 내부는 고대 철학자들이 제자들과 함께 모여 토론을 나누었을 법한, 어쩌면 일제 치하에서 독립 운동가들이 조용히 모여 국가의 운명을 의논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형 영화관과는 다른 따뜻함이 있었다. 또한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곳을 계단 대신 휠체어가 편히 다닐 수 있는 경사로로 대체한 것이 굉장히 좋았다.

 

시네마라운지MM

전남 최초 목포 독립영화관입니다. 매주 다양한 독립영화를 상영 중이며, 누구나 오며 모이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map.naver.com

 

‘퍼스트 펭귄’

영화 ‘김복동’은 다큐멘터리였다. ‘워낭소리’ 이후에 오랜만에 보는 다큐 영화여서 초반부에 집중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신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부터 올해 1월 유명을 달리하실 때까지,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기 위하여 27년간의 세월을 투쟁하셨다.

김복동 할머니는 퍼스트 펭귄-남극 펭귄들이 사냥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펭귄 한 마리가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무리가 따라서 바다로 뛰어든다.-이었다. 이전까지 누구도 함부로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 피해자이지만 오히려 움츠러들어 피해 사실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증언하셨다. 증언을 마치고 두려움에 떠는 할머니의 손을 가족도, 국가도 잡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떠나갔다.

퍼스트 펭귄은 두려움이 없었을까? 아니, 너무 두려움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를 낼 수 없었을 뿐. 그때부터 할머니는 강인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위안부 피해자를 넘어 인권운동가로서 국제사회에 일본을 규탄했다.

영화 화면 캡처

‘한민족의 이름으로’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위안부 문제가 일본과 어느 정도 진전이 있고 합의 이야기가 오가는 줄 알고 있었다.

삶에 바빠서, 내 일도 벅차서 갖가지 이유를 대며 보려고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심장을 옥죄어 오는 것 같았다.

국가란 무엇일까, 자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도 국가라 칭할 수 있을까? 또한 울며불며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피해자들을 국가가 도와주겠지 모른 채하며 넘겨버린 우리는 한민족이었을까?

위안부 문제는 곧 인권의 문제다. 인권의 문제는 혼자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집단이 풀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하는 문제였다.

영화 화면 캡처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지만 누구도 일어설 수 없었다. 모두 눈물을 닦느라 바빴고 많은 생각들이 우리의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일본 정권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유명을 달리하실 때까지 사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는 모두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삶의 자리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지해주고 기억해주는 것이다.

그녀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시겠습니까?


Comments